-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이도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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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도우 지음
- 출판사 : 시공사
- 발행연도 : 2018
- ISBN : 9788952782069
- 청구기호 : 813.7-ㅇ712ㄴ
- 자료실 : [다독굽은다리역]일반자료실
겨울을 배경으로, 한적한 서점과 따뜻한 사람들이 담겨 있는 소설입니다.
서울에서 이모가 있는 혜천읍으로 돌아온 해원은 굿나잇 책방을 운영하는 동창인 은섭을 만나 우연히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이 둘이 풀어가는 이야기는 사랑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담겨있는데요, 현실적인 상황이지만 동화 같은 면이 있어,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특히 은섭이 블로그 비밀 게시글에 본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작성하는 부분들이 좋았는데요, 제3자가 주인공의 감정을 서술하거나 주인공이 본인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글’로 표현하면서 글이 주는 작성자의 감각이 새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해원과 은섭, 두 명의 주인공 외에도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의 티키타카가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습니다.
겨울과 다가오는 봄에 어울리는 소설 한 편을 찾으신다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추천드립니다:)
스쿠터를 세워놓고 돌아서는데 해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궁금한게 있는데."
은섭이 걸음을 멈추었다.
"들판에 저 마시멜로들 말야. 짚 발효시키는 통. 그거 진짜 이름 알아?"
순간 은섭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를 바라보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삼 년 전에도 똑같은 질문했는데"
해원은 약간 당황했다.
"그랬나? 누구한테 들은 기억은 나. 그게 너였구나. 근데 잊어버렸네."
"곤포. 사일리지라고도 부르고."
곤포... 해원은 혼잣말로 중얼거려보았다.
"그게 안 외워졌구나."
"내년 겨울에 또 물어봐. 다시 말해줄게. 잘 자라."
p.28
우리는 난롯가에 마주 앉습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어느 밤, 새벽이 올 때까지 잠 못들고 서성이다 문득 생각했어. 이렇게 밤에 자주 깨어 있는 이들이 모여 굿나잇클럽을 만들면 좋겠다고. 서로 흩어져 사는 야행성 점조직이지만, 한 번쯤 땅끝 같은 곳에서 모여 함께 맥주를 마셔도 좋겠지. 그런 가상의 공동체가 있다고 상상하면 즐거워졌어.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고 그 안에서 같이 따뜻해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서로에게 굿나잇, 인사를 보내는 걸 허황되게 꿈꾸었다고.
p.62
"큰일 났다."
"뭐가."
"지금 네 모습이 눈앞에서 떠나지 않을 거야. 낮이나 밤이나."
다른 이가 그런 말을 했다면 듣기 좋은 괜한 소리락 생각했을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은섭이 하는 말은 다 진심으로 다가왔다. 그는 진지해 보였고, 그래서 더 사랑스러웠다. 해원은 가물가물 나른하게 졸려하며 웃었다.
"그럼 평생 멍하니 좀비처럼 사는 거지, 뭐. 내 생각만 하면서."
그의 입술이 내려와 그녀의 어깨에 머무르다 아쉽게 물러났다.
"어서 자."
은섭이 해원을 끌어당겨 심장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워졌다. 그의 가습에 닿은 그녀 손바닥으로 희미하게 박동이 전달돼 온몸이 같이 울리는 것만 같았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리듬이었다.
p.274
“내가 가장 두려운 건, 하는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실패하는게 아니야. 농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게 제일 두려워.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농담이 안 나와서 그래. 너를 웃겨줄 말이 생각이 안 나서.”
그러고는 낮은 한숨과 함께 고백하듯 말했다.
“널 사랑해. 앞으로도 늘 그럴 거야.”
p.382,3
다독다독 굽은다리역점 사서